식사후 눕는 습관 소화기질환 부른다
가톨릭의대, 가정의학회 발표 음식물 위 배출시간 늦어 변비·흉통 유발 위염발생 위험도 일반인 보다 60% 높아
밥 먹고 바로 눕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가슴통증이나 변비 등 소화기 증상을 많이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알콜 섭취량이 많으며,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등 좋지 않은 건강습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후에 누워 있는 것이 좋다’는 일부 주장은 잘못된 건강상식이라는 지적이다.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이재호·고용민, 을지의대 김용철 교수팀은 2001년 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2311명 중 ‘식후 2시간 이내에 눕는 습관’에 대해 응답한 1030명의 검진자료를 비교분석했다. 식후 눕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총 594명(58%)으로,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자거나, 저녁식사 후 누워서 TV를 보거나 바로 잠을 자는 경우 등이다. 2시간은 통상적으로 음식물이 위에 남아 있는 시간이다.
조사 결과, 식후 눕는 습관이 있는 그룹에서 흉통(가슴통증)과 변비 증상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염 발생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9% 높고,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위축성 위염은 62%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후 자주 눕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알콜 섭취량도 많았으며, 식사시간이 불규칙했고, 간식을 먹는 횟수도 잦았다. 또 낮잠을 더 많이 자고, 야간에 자다가 깨는 횟수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비만도는 더 높고 흡연, 커피 섭취량, 운동량 등에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열린 대한가정의학회에 발표했다.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는 “식후 바로 눕는 습관 또는 밤늦게 먹고 바로 자는 습관은 위에 있는 음식물이 식도로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 발생의 위험요인”이라며 “음식물의 위 배출시간을 지연시켜 포만감, 더부룩함, 명치 통증, 트림 등의 각종 소화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화기계 기능이 약한 노인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에게 이 습관은 소화기 질환과 증상을 쉽게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한편 이들에게 변비가 많은 이유는 식후 눕는 자세가 음식물 이동시간을 지연시키고, 소화기관의 운동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알콜 섭취가 많은 이유는 잦은 저녁 술자리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