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굶주린 사자도 미소 짓게 한다 - 벤자민 프랭클린
런던에서 최신 인쇄 기술을 배웠던 벤자민 프랭클린이 인쇄업에 막 뛰어들었을 때의 일이다. 거침없는 프랭클린의 행동에 기존의 인쇄업자들은 긴장했다. 그들은 담합하여 시정부와의 계약에서 그를 따돌렸다. 어느 날, 프랭클린은 인쇄업자들을 사무실로 초대했다. 인쇄업자들이 도착하자 그는 이상한 죽을 한 접시 내놓았다.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어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프랭클린이 먼저 숟가락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지못해서 손님들이 한입 떠 넣었고 이내 인상을 찡그리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음식이오?” 그러자 프랭클린이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톱밥입니다. 제가 요즘 생활이 어려워서 톱밥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저도 먹고살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조금씩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인쇄업자들은 웃으면서 그를 받아들였다.
“사람의 웃는 얼굴은 햇빛과 같이 친근감을 준다.” 위게너 벨틴의 명언이다. 사람들은 논리 앞에 설득당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유머 앞에 쉽게 무너진다. 유머가 가진 특성 중에 하나가 상대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인데, 이 호감이 바로 상대로 하여금 쉽게 설득 당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논리와 유머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내기를 벌이는 바람과 햇빛에 비유할 수 있다. 거센 바람이 불수록 옷자락을 여미는 나그네처럼, 논리로 설득하기 위해 밀어붙이면 붙일수록 상대방은 경계하고 움츠러든다. 그러나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면 자연스레 옷을 벗듯이 유머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장해제된다.
한판 붙으려고 벼르고 있는 사람에게 논리를 들이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싸움을 하겠다는 것은 이미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로 무장되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달려드는 것은 곰과 힘겨루기를 하듯 빤한 결과를 낳는다. 그들은 자신이 세워놓은 나름의 논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관성의 법칙’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유머 감각이 없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유머 감각은 노력하면 길러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위기에 맞는 유머를 창조하는 것이다. 위트로 가득 찬 유머는 상식 속에서 탄생한다. 유머의 패턴을 알고, 풍부한 상식을 갖추고 있으면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유머를 자유자재로 써먹을 수 있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협상하다 보면 서로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점이 있다. 진전은 없고 분위기만 점점 무거워질 때, 유머 감각은 꽉 막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한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거나 아무도 웃지 않을까 봐 유머 사용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우려이다. 유머는 육체의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바꿔주며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친근감을 준다. 또한 상황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유를 주고, 뇌를 자극하여 창조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유머 감각이 다소 뒤떨어진다 해도 백 퍼센트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다. 분위기 전환에는 도움이 되게 마련이고, 그 용기와 정성을 생각해서 오히려 예상 밖의 결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설득은 일종의 심리전이다. 유머를 적절히 사용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고, 큰 난관을 피해 갈 수 있으며, 부드럽게 전쟁을 종식할 수도 있다.
출처: 설득의 달인 中 (한창욱 지음/눈과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