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하기 좋은 직장 15위' 재포스의 기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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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같은 사무실, 단체로 머리염색…, "일하는 데 즐겁다면 뭐든지"
토니 셰는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조건이 무엇이냐"고 묻자
주저 없이 "행복한 직원"이라고 답했다.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뿐이죠. 그리고 직원의 행복은 좋은 기업 문화에서 시작됩니다."
재포스는 2009년 포천(Fortune)이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일하기 좋은 직장 100' 명단에 23위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그 순위는 15위로 올랐다. 직원 2000명 남짓인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51위)나 스타벅스(93위) 같은 일류기업보다 다니기 좋은 직장이란 뜻이다.
재포스는 종업원에게 건강보험, 생명보험은 물론 치과?정신과 진료, 무료 법률 상담을 제공한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이 환호하는 것은 자유분방한 기업 문화다. 토니 셰는 2005년 전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회사 문화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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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라스베이거스 재포스 본사 사무실은 색종이로 만든 장식과 플라스틱 장난감, 만화에 나오는 영웅 캐릭터가 온 사방에 걸려 있다. 재미를 위해 서너 달에 한 번씩 자리를 바꾼다고 했다. / 블룸버그
모험정신?재미와 약간의 희한함?가족정신 등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재포스의 기업 문화는 방문객을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이 회사 라스베이거스 사무실은 마치 놀이동산 같았다. 기둥에는 종이와 셀로판테이프로 만든 야자수가 붙어 있고, 천장에는 직원들의 이름이 매달려 있다. 이 회사 홈페이지 관리팀은 거대한 종이 상자로 만든 자동차 안에서 일한다.
재포스 직원은 기자가 자기 책상 옆을 지날 때면 깃발을 흔들며 작은 종과 트라이앵글을 쳤다. 직접 편집했다는 환영 노래를 트는 팀도 있었다. 사무실 가운데 '원숭이의 길'이라고 부르는 통로에는 머리 위로 종이 덩굴이 어지럽게 내려져 있다. 이 통로 양쪽에 임원들이 일하는 책상이 놓여 있다.
직원들은 때때로 마시멜로로 작품을 만드는 대회나 머리를 빡빡 밀거나 파랗게 염색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가족 정신도 이 회사 문화의 핵심이다. 루이빌 물류 창고 곳곳에 걸려 있는 모니터에는 새로 들어온 직원들의 사진과 이름이 떠 있었고, 이 회사 컴퓨터에 로그인하려면 다른 직원 얼굴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히는 사지선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
재포스는 이런 기업 문화를 직원 선발 과정에서부터 반영한다. 회사 직원 채용 신청서에는 십자 낱말풀이, 미로 찾기 게임, 신발 사진과 이름을 선으로 잇는 게임이 그려져 있다. 신청서에는 이런 질문도 들어 있다. "만약 수퍼 영웅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영웅이 되고 싶습니까?"
독특한 기업 문화가 알려지면서 하루 최대 200명이 이 회사의 라스베이거스본사를 찾고 있다. 재포스 본사 견학은 벨라지오 호텔 분수와 함께 라스베이거스 관광 소개 자료에 올라 있을 정도다. 토니 셰가 기자에게 인터뷰 조건으로 내건 것도 "라스베이거스 본사를 둘러보고 올 것"이었다.
?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합니까?
"협력회사 직원들이 우리 회사 문화를 접하면서 입소문이 났어요. 그 후 견학 요청이 하도 많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견학 온 사람들은 재포스 문화가 어떤 건지 눈으로 볼 수 있고, 우리 고객이 되거나 직원이 되겠다고 지원할 가능성이 커지죠."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가?
"리더들은 기업의 문화를 나쁘게 만들기 쉽습니다. 좋은 조직 문화는 리더가 아니라 직원들에게서 나와야 합니다.
?리더가 기업 문화를 망치나요?
"이름을 알고 계신 많은 대기업들을 생각해 보세요. 왜 분위기가 우울할까요? 왜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바로 리더들이 직원들의 행복을 별로 상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더들은 강제로는 직원을 행복하게 할 수 없어요. 기업 문화는 바로 직원들에게서 뿜어져 나와야 합니다. 재포스 문화도 저한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 직원들한테서 나오는 겁니다."
?그럼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직원들에게 늘 물어야죠.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을까' 하고요. 매일 서로 다른 분야의 직원들을 만나 말을 거는 거죠."
재포스 CEO 토니 셰는…
토니 셰는 1974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대만인 유학생 부부. 이후 아버지는 셰브론의 기술자로, 어머니는 사회복지사로 미국에 정착한다.
1995년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오라클에 입사했다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1년이 안 돼 사표를 냈다. 이후 친구와 인터넷 광고업체인 링크익스체인지를 설립해 2년 뒤 1998년 2억6500만달러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다.
벤처 투자자로 활동하던 그는 1999년 인터넷으로 신발을 파는 슈사이트닷컴의 투자자로 참여해 이듬해 회사 이름을 재포스로 바꾸고 사장이 된다. 재포스는 스페인어로 신발을 뜻하는 'zapatos'에서 따온 말이다
박수찬 기자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