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0억달러 쏟아붓는 글로벌 리더 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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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의 산실’ 뉴욕주 GE 크로톤빌 연수원 가보니
핵심 임직원 엄선해 3주 심층교육
이멀트 회장 매주 한차례씩 찾아
이재용 삼성 전무도 7년 전 연수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크로톤빌을 찾을 정도로 인재 개발에 신경을 쏟는다. 이멀트 회장이 크로톤빌에서 연수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 제공 GE 크로톤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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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부하 직원의 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요. 상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직원은 징계만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능력 개발을 유도하는 것도 21세기 리더의 자질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
3일 오전(현지 시간)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미국 뉴욕 주 오시닝에 위치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크로톤빌 연수원. GE의 ‘글로벌 인재 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의 한 강의실에서는 세계 10여 개국에서 모인 GE 계열사의 중간간부 47명을 상대로 리더십 강의가 한창이었다.영국의 기업컨설팅 업체인 ‘원 스텝 비욘드’의 폴 손더스 사장이 진행한 이날 강의의 핵심은 ‘리더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라는 문제였다. 강의 도중 GE 간부들은 3명씩 1개 조를 이뤄 각자 정한 주제를 가지고 30여 분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제너럴모터스에서 15년간 근무하다가 GE에 입사한 지 6년 됐다는 GE 트랜스포테이션의 미키 코박스 판매담당 부장(47)은 “GM은 일을 잘하면 교육을 안 하는데 GE는 일을 잘할수록 교육받을 기회를 더 많이 준다”고 말했다. GE는 이날 외부 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크로톤빌을 미국 언론과 외국 언론에 공개하는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고 강의실까지 개방했다.
1950년대 초 설립된 GE 크로톤빌은 1981년 잭 웰치 회장이 취임하면서 GE의 핵심인재를 배출하는 곳으로 키웠다. 지금까지도 GE는 크로톤빌을 통해 핵심 인재들에게 회사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이들이 연수과정에서 제안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곧바로 경영에 반영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만 1만 명이 크로톤빌에서 연수를 받았고, 올해도 이미 9000명이 거쳐 갔다. 이들은 모두 전 세계 32만여 직원 가운데 엄격한 선발절차를 거쳐 연수 기회를 얻었다. GE가 크로톤빌을 통해 교육에 쏟아 붓는 1년 예산만 10억 달러에 달한다.제프리 이멀트 회장은 코네티컷 본사에서 헬기를 타고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방문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연수생들을 만난다. 이 교육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2002년 외부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GE의 고위급 임원 대상 리더십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GE 임직원들의 리더십 교육은 3주간 진행된다. 첫 주는 경영대학원(MBA) 수준의 강연을 듣는다. 둘째 주에는 팀을 이뤄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곳곳의 GE 사업부를 방문해 경영개선 방안을 연구한다. 마지막 주엔 각 팀원이 제시한 경연개선 방안을 종합해 이멀트 회장 등 경영진 앞에서 발표한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급변한 경영환경 속에서 GE가 가장 고민해온 문제는 21세기형 리더를 어떻게 키우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멀트 회장은 올해 6월 인사 관련 핵심 임원 6명과 미래학자 경제학자 언론인 컨설턴트 등 6명의 외부 자문단과 머리를 맞대고 21세기 리더십을 정의한 뒤 이를 크로톤빌 교육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수전 피터스 교육담당 부사장은 “GE의 핵심인재들을 이 같은 21세기 리더로 배출하는 것이 크로톤빌의 가장 큰 임무”라고 말했다.
오시닝(뉴욕 주)=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동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