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법 개정안 통과…재계·학계·시민단체 반응 엇갈려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재계, 학계, 시민단체는 각각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통과된 수정안은 환노위 원안보다 과징금 규모와 처벌 범위 등이 대폭 하향 조정됐다. 환노위 원안 과징금 규모는 기업 전체 매출액의 10% 이하로 규정해지만, 수정안은 '사고를 낸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5% 이하'로 낮췄다. 사업장이 1곳만 있는 경우 과징금이 매출액 대비 2.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또한, 하청업체가 불산 등 유해화학물질을 누출할 경우 대기업 등 원청업체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 조항과, 원청업체에 대한 형사책임 조항도 삭제됐다. 반면 영업정지, 영업취소,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에만 원청업체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업무상 과실 또한 중과실로 화학사고를 일으켰을 때의 처벌 조항도 당초 환노위 원안은 '3년 이상 금고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됐으나, '10년 이하 금고나 2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수정됐다.
이와 관련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법의 도입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사위 소위에서 의결한 과징금 수준에 대해 경제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화학사고 발생 사업장에 대해 매출액 대비 5%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기업은 예상치 못한 한번의 사고로 영업이익 이상의 금액을 과징금으로 내야하므로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사후 처벌만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노후설비 교체와 작업장 안전관리에 대한 자금지원 등 사고 발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 규제개혁팀 관계자도 “환노위 원안이 수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내야하는 것은 여전히 기업들에게 과도하다”며 “민법상에서도 자기책임주의가 있음에도 하청업체가 실수한 것을 원청업체가 책임져야 하는 법이 통과됐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됐던 해당기업 관계자는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기업들에게 경영활동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힘들게 하는 법안”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반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통과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환경문제에 대해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유병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활동에 있어서 외부환경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제 조건이다. 기업에서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과연 그동안 국내 기업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졌는지, 환경비용에 대해서 얼마나 고려를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매출액 5% 과징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국대 박갑주 교수도 “환경은 절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뒤늦게나마 국회 법사위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것은 다행”이라며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이러한 규제를 공론화했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경실련 김한기 팀장은 “큰 틀에서 대기업의 유해화학물질 노출에 관한 법이 통과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며 “이전 법들이 처벌이 약했기 때문에 그동안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반복됐다. 이번 법 통과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개정안, 경비업법 개정안,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과 함께 오후 열릴 본회의에 상정된다
2013-05-07, [경제투데이 윤대우 기자], daew33@